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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3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계획과 비전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계획과 비전

근래에 내가 개발팀을 리드하게 된다면(CTO가 된다면)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어떠한 계획과 비전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먼 옛날부터 수도 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문화와 정보들을 접할 때마다 수없이 고쳐왔던 생각이지만, 이것을 글로 표현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 시간의 고민과 결론들을 빡빡한 시간이나마 정리해서 적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 내용의 일부를 블로그에 남긴다. 요청한 곳의 이름은 적당히 모자이크(?) 처리 하겠다.




먼저, 개발팀의 장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개발팀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범주의 롤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스컹크웍스입니다. 스컹크웍스는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되어 지금까지도 개발자로서의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스컹크웍스는 2차대전 시대부터 시작하여 특히 냉전시대 CIA와 미공군을 대상으로 스파이기를 지원해 온 록히드마틴 사의 독립된 혁신개발 프로젝트 팀입니다. 약 50여명의 공학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그들의 작품으로는 성층권을 비행하는 초고고도 정찰기 U-2와 마하3의 초음속 정찰기 SR-71, 최초의 스텔스기인 F-117A 폭격기, 현시대 최강의 5세대 전투기 F-22 랩터, 미3군 통합전투기이자 한국에서 FX 전투기 사업으로 도입을 추진중인 5세대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 라이트닝2가 있습니다.

  스컹크웍스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그들의 사상과 작업 방식, 사업 구조 때문입니다.

  스컹크웍스의 1대 책임자 켈리 존슨이 남긴 말은 그들의 사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두 걸음 앞서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소련이 곧 따라와서 한두 해 안에 다시 우리를 격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적어도 10년 이상 하늘을 지배할 수 있는 비행기다.”

  또한, 스컹크웍스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측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기존 비행기들의 파트를 재활용하고 표준 부품을 사용합니다. 새로운 비행기에 A라는 비행기의 사출 좌석과 B라는 비행기의 연료 탱크를 사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와는 대비되게 설계한 스펙을 만족하는 부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품을 가공하기 위한 공구부터 드릴 팁과 같은 소모품까지 모두 새로 제작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컹크웍스의 책임자들은 모회사인 록히드마틴과 분리되어 제품 개발 뿐 아니라 직접 CIA 및 미육해공군 수뇌부와 직접 대화하고 제품을 제안하고 사업권을 따내는 등 경영과 영업, 마케팅 활동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이는 작고 유능한 조직, 빠른 프로토 타이핑, 압도적으로 차별화 된 기술과 제품,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린스타트업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구글과 페이스북입니다.

  이 두 회사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문제 해결과 결정은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판단의 많은 부분들을 직관이라는 이름으로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직관은 구태와 관습을 위한 변명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며, 숫자는 직관과는 다른 진실을 말해주고는 합니다. 영화 머니볼의 모델이 된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고객들의 비디오 시청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둔바 있습니다.


마지막은 넷플릭스 입니다.

  넷플릭스의 문화와 정신은 이미 인터넷에 널리 공유되었습니다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주목하는 것은 무제한 휴가, 무제한 출장비 따위의 자유와 보상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유와 보상이 있기 때문에 구성원이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착각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면 안되는 점은 구성원을 A급으로 항상 유지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어떠한 노력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는 까다로운 채용 프로세스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연봉으로 좋은 인재들을 유인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기준에 맞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서도 상식 이상의 대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고용한 B급 또는 그 이하의 인재들에 대해 해고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가치를 뽑아내려는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행동이 소탐대실이며 A급 인재가 아닌 구성원이 조직문화를 변질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실제로 그에 맞게 행동하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위의 모델들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개발 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향하기를 바랍니다.

  1. 목표는 하나, 뛰어난 서비스를 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2.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항상 오픈소스를 탐구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 오픈소스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개조하거나 완전히 새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 문제의 현상과 원인, 해결 방안, 그 결과를 수치로 비교 분석 할 수 있어야 한다.

  5. 모든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생산성이고, 두 번째 기준은 성능이다.

  6. 단, 품질은 기본이다. 순위도 타협도 없다.

  7. 오늘 한 수작업이 내일은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8. 올바르고 정확한 것이 빠른 것보다 더 빠르다.

  9. 항상 사용자와 소통하라. 대화와 모니터링, A/B (or MAB) 테스트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인력의 유입에 있어 개발팀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자의 채용에 있어서는 이미 실리콘벨리의 채용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언급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입사원의 채용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채용 방식을 따르는 것은 효율성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그 방법이 실리콘벨리식이라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 이유 중 첫째는 한국의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코딩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는 고급 인재들은 대기업 등 안정적이고 이름 있는 회사를 선호하거나 일찍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한국의 사회, 경제적 구조 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에 그런 인재들을 졸업 직후 끌어들이는 것은 행운에 기대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대학생들이 선천적으로 양질의 자질을 갖고 있으나 졸업 시에는 A급 인재가 되기에 매우 부적합한 형태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멘토링 경험으로는 스펙 경쟁이 시작되면서 결과 중심의 단기적 산발적 프로젝트 수행으로 사고방식 및 업무 스타일에서 매우 나쁜 버릇이 고착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 전(3학년 초를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에 양질의 인재를 발굴하고 인턴십을 통해 성장 시키고 조직 문화에 적응시켜 졸업 후 합류하도록 유인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턴십 기간에는 실무적 성과보다는 성장 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만, 제대로 된 멘토링과 함께라면 자립이 가능한 토대를 갖추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 뒤에 A급 인재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장기적으로는 1년 이상의 인턴 활동과 졸업 후 합류를 고려했을 때는 매우 큰 이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졸업 후 합류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유인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장기점 관점에서 개발팀은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오픈소스를 통한 빠른 개발 속도와 적극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고, 그 인력 구성은 초기에 소수의 스페셜리스트 집단을 구성하여 빠르게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인턴십을 통해 젊고 유연한 A급 제너럴리스트들을 지속적으로 양성 및 영입하여 팀 전체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개발팀의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단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범위를 말하는지 합의된 바가 없고, ***이 지금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준에서 우선 갖추어져야 할 것을 간략히 나열하겠습니다.


  1. 시스템 테스트, UX 테스트, 유닛 테스트를 포함하는 통합 빌드 및 회귀 테스트 환경

  2. 자동 통합 배포 프로세스 및 원클릭 롤백 기능 구축

  3. 인프라 모니터링 및 서비스 퍼포먼스 프로파일링 데이터 수집 환경 구축


현재 ***의 규모와 언론을 통해 접한 투자규모,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팀 규모를 최대 10명 이내 평균 5~7명으로 유지하는 상황에 비추어 단기적으로 할 일에 비전과 계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들며, 위에 나열한 3가지를 포함하는 최대한의 자동화와 효율적인 협업 및 공유 시스템, 데이터 수집 및 가공 플랫폼 정도의 세 가지를 완성하는 것이 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우선시 될 일이라고 보이며, 최대한 작고 강한 팀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준비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