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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03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계획과 비전
  2. 2013.03.02 옛날 아고라에 썼다가 메인에 뜨는 바람에 식겁해서 삭제한 글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계획과 비전

근래에 내가 개발팀을 리드하게 된다면(CTO가 된다면) 개발조직의 장기적,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어떠한 계획과 비전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먼 옛날부터 수도 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문화와 정보들을 접할 때마다 수없이 고쳐왔던 생각이지만, 이것을 글로 표현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랜 시간의 고민과 결론들을 빡빡한 시간이나마 정리해서 적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 내용의 일부를 블로그에 남긴다. 요청한 곳의 이름은 적당히 모자이크(?) 처리 하겠다.




먼저, 개발팀의 장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개발팀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범주의 롤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스컹크웍스입니다. 스컹크웍스는 고등학교 때 처음 알게되어 지금까지도 개발자로서의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스컹크웍스는 2차대전 시대부터 시작하여 특히 냉전시대 CIA와 미공군을 대상으로 스파이기를 지원해 온 록히드마틴 사의 독립된 혁신개발 프로젝트 팀입니다. 약 50여명의 공학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그들의 작품으로는 성층권을 비행하는 초고고도 정찰기 U-2와 마하3의 초음속 정찰기 SR-71, 최초의 스텔스기인 F-117A 폭격기, 현시대 최강의 5세대 전투기 F-22 랩터, 미3군 통합전투기이자 한국에서 FX 전투기 사업으로 도입을 추진중인 5세대 수직이착륙 전투기 F-35 라이트닝2가 있습니다.

  스컹크웍스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그들의 사상과 작업 방식, 사업 구조 때문입니다.

  스컹크웍스의 1대 책임자 켈리 존슨이 남긴 말은 그들의 사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두 걸음 앞서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소련이 곧 따라와서 한두 해 안에 다시 우리를 격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적어도 10년 이상 하늘을 지배할 수 있는 비행기다.”

  또한, 스컹크웍스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측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기존 비행기들의 파트를 재활용하고 표준 부품을 사용합니다. 새로운 비행기에 A라는 비행기의 사출 좌석과 B라는 비행기의 연료 탱크를 사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와는 대비되게 설계한 스펙을 만족하는 부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품을 가공하기 위한 공구부터 드릴 팁과 같은 소모품까지 모두 새로 제작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컹크웍스의 책임자들은 모회사인 록히드마틴과 분리되어 제품 개발 뿐 아니라 직접 CIA 및 미육해공군 수뇌부와 직접 대화하고 제품을 제안하고 사업권을 따내는 등 경영과 영업, 마케팅 활동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이는 작고 유능한 조직, 빠른 프로토 타이핑, 압도적으로 차별화 된 기술과 제품,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린스타트업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구글과 페이스북입니다.

  이 두 회사를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문제 해결과 결정은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판단의 많은 부분들을 직관이라는 이름으로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직관은 구태와 관습을 위한 변명으로 전락하기 일쑤이며, 숫자는 직관과는 다른 진실을 말해주고는 합니다. 영화 머니볼의 모델이 된 “오클랜드 애슬래틱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고객들의 비디오 시청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둔바 있습니다.


마지막은 넷플릭스 입니다.

  넷플릭스의 문화와 정신은 이미 인터넷에 널리 공유되었습니다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주목하는 것은 무제한 휴가, 무제한 출장비 따위의 자유와 보상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유와 보상이 있기 때문에 구성원이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착각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면 안되는 점은 구성원을 A급으로 항상 유지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어떠한 노력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는 까다로운 채용 프로세스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연봉으로 좋은 인재들을 유인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기준에 맞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서도 상식 이상의 대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고용한 B급 또는 그 이하의 인재들에 대해 해고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 가치를 뽑아내려는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행동이 소탐대실이며 A급 인재가 아닌 구성원이 조직문화를 변질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실제로 그에 맞게 행동하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위의 모델들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관점의 개발 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향하기를 바랍니다.

  1. 목표는 하나, 뛰어난 서비스를 정해진 시간 안에 만들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2.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항상 오픈소스를 탐구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3. 오픈소스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개조하거나 완전히 새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 문제의 현상과 원인, 해결 방안, 그 결과를 수치로 비교 분석 할 수 있어야 한다.

  5. 모든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생산성이고, 두 번째 기준은 성능이다.

  6. 단, 품질은 기본이다. 순위도 타협도 없다.

  7. 오늘 한 수작업이 내일은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8. 올바르고 정확한 것이 빠른 것보다 더 빠르다.

  9. 항상 사용자와 소통하라. 대화와 모니터링, A/B (or MAB) 테스트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인력의 유입에 있어 개발팀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적 상황에서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자의 채용에 있어서는 이미 실리콘벨리의 채용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언급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입사원의 채용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채용 방식을 따르는 것은 효율성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그 방법이 실리콘벨리식이라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 이유 중 첫째는 한국의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코딩인터뷰를 통과할 수 있는 고급 인재들은 대기업 등 안정적이고 이름 있는 회사를 선호하거나 일찍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한국의 사회, 경제적 구조 문제와 맞물리기 때문에 그런 인재들을 졸업 직후 끌어들이는 것은 행운에 기대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대학생들이 선천적으로 양질의 자질을 갖고 있으나 졸업 시에는 A급 인재가 되기에 매우 부적합한 형태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멘토링 경험으로는 스펙 경쟁이 시작되면서 결과 중심의 단기적 산발적 프로젝트 수행으로 사고방식 및 업무 스타일에서 매우 나쁜 버릇이 고착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 전(3학년 초를 적기로 보고 있습니다)에 양질의 인재를 발굴하고 인턴십을 통해 성장 시키고 조직 문화에 적응시켜 졸업 후 합류하도록 유인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턴십 기간에는 실무적 성과보다는 성장 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만, 제대로 된 멘토링과 함께라면 자립이 가능한 토대를 갖추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그 뒤에 A급 인재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장기적으로는 1년 이상의 인턴 활동과 졸업 후 합류를 고려했을 때는 매우 큰 이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졸업 후 합류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유인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장기점 관점에서 개발팀은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오픈소스를 통한 빠른 개발 속도와 적극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한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고, 그 인력 구성은 초기에 소수의 스페셜리스트 집단을 구성하여 빠르게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인턴십을 통해 젊고 유연한 A급 제너럴리스트들을 지속적으로 양성 및 영입하여 팀 전체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개발팀의 단기적 성장 방향에 대한 비전과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단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범위를 말하는지 합의된 바가 없고, ***이 지금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준에서 우선 갖추어져야 할 것을 간략히 나열하겠습니다.


  1. 시스템 테스트, UX 테스트, 유닛 테스트를 포함하는 통합 빌드 및 회귀 테스트 환경

  2. 자동 통합 배포 프로세스 및 원클릭 롤백 기능 구축

  3. 인프라 모니터링 및 서비스 퍼포먼스 프로파일링 데이터 수집 환경 구축


현재 ***의 규모와 언론을 통해 접한 투자규모,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팀 규모를 최대 10명 이내 평균 5~7명으로 유지하는 상황에 비추어 단기적으로 할 일에 비전과 계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이 들며, 위에 나열한 3가지를 포함하는 최대한의 자동화와 효율적인 협업 및 공유 시스템, 데이터 수집 및 가공 플랫폼 정도의 세 가지를 완성하는 것이 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우선시 될 일이라고 보이며, 최대한 작고 강한 팀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준비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판단됩니다.


옛날 아고라에 썼다가 메인에 뜨는 바람에 식겁해서 삭제한 글

당분간 비공개 유지할 것!!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전 삼성전자 SW 퇴사한 사람입니다. [278]

길벗 (su1****)

주소복사 조회 53015 11.09.17 19:55

 

 

마지막 첨언 입니다.

사실 글 내릴까도 엄청나게 고민 했는데요.

사실 제가 삼성 욕한거도 아니고 해서 원문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만,

너무 제자랑 인듯한 것도 장황하고 자꾸 애플VS삼성 하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제 의도를 요약할까 합니다.


현재 애플은 삼성의 경쟁자 보다는 패스트팔로윙 롤모델 입니다.

경쟁구도는 마케팅 도구일 뿐이고,

삼성의 강점은 제품의 지역화를 통한 맞춤제품 등에 있는 것인데,

소프트웨어 기술력 문제와 애플의 강력함으로 

소니를 제치던 때와 같은 이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내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획기적으로 바뀌고

특히나 제 좁은 사견으로 중간관리자들의 재교육 및 인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짜피 시스템은 아무리 개선해도 구멍이 있게 마련이고,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조직을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만든다고 봅니다.


제가 보아온 삼성전자의 수석연구원급 또는 임원분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갈만큼 충분히 날까롭고 훌륭한 분들입니다.

문제는 학력에 의한 획일적 공채와 고용안정에 의존해 소프트웨어 관리직에 앉으신 분들 중 몇몇은

자기 휘하의 소프트웨어 인력의 능력과 비전을 등한시 하고

자신이 임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아이디어 도구 및 문서 도구로 생각하는게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소프트웨어 능력이 뒤어나도 절대 경쟁력 있는 개발자라는 인정 안해줍니다.

왜냐?! 자기는 개발 잘 모르는데 얘들 추켜주면 나중에 자기 깔볼까바 무서운거죠.

그래서 무조건 깍아내리고 자기 자랑 합니다.

소프트웨어 결과물은 하청주거나 인도,중국 연구소에 과주 발제하면 될거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결국 아무리 뛰어난 소프트웨어 인재라도 평범한 회사원이 되거나 퇴사하게 됩니다.

물론 이건 제가 본 사업부의 시각이고, 연구소 들을 다를 수도 있음을 말씀 드립니다.


한가지 부탁드리자면,

제 글을 대기업의 부도덕성을 까거나 애플 알바글 뭐 이런식으로 몰아주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겁니다.

전 그냥 삼성이 왜 애플을 쫒기에 버거운지 무엇이 문제고 바뀌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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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쩌다 제글이 이렇게 이슈가...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좀 좌불안석 이네요. ㅋ

사실 크게 삼성을 까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옹호하고싶은 것도 아니고,

삼성에 부푼 꿈이 있어 입사했다가 사람과 조직에 꿈이 꺽여 가슴쓰린 마음에

삼성도 현실을 직시하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적어본 글입니다.


댓글에 대해 몇가지 방어를 좀 하자면,


딱 신입사원 마인드라고 하셨는데

삼성 입사 전에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다년간 일했던

삼성전자 공채 신입사원이지 경력이 없는 사람은 아니예요.

삼성전자는 학교 졸업하고 공채된겁니다.


그리고 제가 오지랍 넓고 사람 사귀는거 좋아해서 본글에 언급했다시피

유관부서의 왠만한 정보는 다 듣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개발자들끼리 주고받는 사내 정보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잘 알아요.

솔직히 임원들에게 가는 진짜 절박한 위기+사탕발림 보다는

제가 지인들과 나눴던 대화가 훨씬 가감없고 적나라할걸요.


기획없는 개발은 코더일 뿐이다라고 했는데,

본문의 윗분이 말한 기획은 결국 자기 대신 아이템짜내서 PPT 만들어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저도 일하면서 협력업체 꾀부리는거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바로 잡으면 별거 없는데

임원에게  올라갈 PPT 중 제가 맡은 부분 잘 뽑아내면 '훌륭하다'며 엄청나게 칭찬 받았거든요.

기획이요...

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만큼 실력 갈고 닦았습니다.

신입사원 신제품 컨셉개발 때 임원 만장일치 1위 했다고 말씀 드렸지 않나요?

그 때 "UX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은 팀인가보네... 원하는 부서에 갈 수 있도록 신경쓰게"라는

임원분의 지시를 듣고 삼성전자에서 내 꿈을 이룰 수 있겠구나 라고 착각한게 엊그제 같네요.

아무튼 프로그래머로써 제품을 책임질만큼 생각없이 코딩하고 사는 코더는 아닙니다.


반도체는 제가 완제품이 있는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었기 때문에 잘은 모릅니다.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 삼성전자 비메모리분야에 있고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다수의 비메모리칩의 시장상황 및 재고파악 등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서

그냥 들은 이야기 중 글에 필요한 부분 언급한 겁니다.

자세하게 걸로 넘어지시면 전 그냥 '그렇게 들었다'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조섞인 말을 하겠습니다.

전 정치적 경제적 관점에서 주변사람들 보기에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여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개발자로 입사한 이유는

애플이 보는 것과는 방향은 다르지만, 

우리를 풍요롭게할 디지털 세상을 열 수 있는 대등한 경쟁자가 삼성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조직에 막혔죠.


삼성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 꿈과 비전과 그에  이르는 방법을 돌아다니며 지인들에게 침토하며 말하다보면

젊은 층 (대리, 사원급)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문제는 책임과 수석급의 정치 논리에 많이 막힙니다.

우리 파트의 영역이 아니다.

그거 보고하면 옆파트가 임원에게 불호령 듣고 그럼 우리가 보복 똥침 맞는다.

게다가 몇달을 설명해도 이해도 못하고 이해하려 들지 않기도 일수입니다.

그럼 이런 사람들은 두 부류 중 하나가 됩니다.

자포자기하고 안정된 봉급과 빵빵한 PS를 바탕으로 결혼하여 평범한 인간적 행복에 몰두한다.

저처럼 퇴사한다.


얼마 전 삼성전자 전사가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하여 여러가지 혁신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나오면서 당장 필요하지만 저런 조직 구조면 3~5년을 걸릴거라고 생각한 인사조치가

얼마전 파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마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루어졌겠지만, 아주 충격적이었죠.

(내부 조직구성 및 인사이동은 대외비라 제가 언급하면 퇴직서약서에 위배됩니다.)

LG는 못하지만, 삼성은 할 수 있는 근본 이유가 저런 파격적인 부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인사와 관리에 파격이 일어나기 시작 했으니

제발 꿈있고 열정있는 프로그래머 친구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문제가 있는 부분 도려내고 시정하는 작업도 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여러분...

애플을 이겨달라고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멋진 디지털 세계를 여는데 좀 앞장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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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 삼성전자 올해 퇴사한 사람입니다.

자세한건 신상털기 당할까봐 말씀드리기 뭐한데요...

SW 개발자였고,

스마트, 앱 뭐 이런 단어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던 최전방에 있었습니다.

업무는 직접 개발, 협력업체 관리, 대외 행사 기술 지원까지

키워드는 스마트와 앱 이였죠.

오지랍이 넓어

임원이 아닌 직원급에서 들을 수 있는 유관 부서 정보는 대부분 다 듣고 다녔습니다.


삼성이 애플 못잡아서 안달인거 맞아요.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애플을 이긴다는 건 꿈도 못꾸고 

애플처럼 마진 많이 남기며 팍팍 팔았으면 좋겠다는게 맞겠죠.

항상 애플 뭐하나 귀 쫑긋 거리고...


상상력이 풍부하신거 같은데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현실을 말씀드려 볼까 해요.


1. 삼성은 아이폰과 비슷한 갤럭시를 왜 지속적으로 출시하는가?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제품 팔아야 돈벌죠.

LG 어떻게 됐는지 안보이세요?

LG 휴대폰 사업 쵸콜릿으로 흥했다고 스마트폰 신경 안쓰다가

모토로라처럼 한방에 훅 갔잖아요.

삼성은 마켓리더가 아니예요.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뭐가 좋은지 잘 몰라요.

메이저 트렌드에 디자인이니 뭐니 껍데기 입히는 걸 잘하는 패스트 팔로워죠.

시장 트렌드가 스마트폰이고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이니

당연히 아이폰이랑 똑같은거 만들어야지 않겠어요?

그나마 바다OS 완전히 망했는데, 구글 덕분에 목숨 건진거예요.


어짜피 갤럭시 안내놔도 애플은 삼성에게 하청 안줘요.

폭스콘이 훨씬 싼데 왜 삼성에게 하청을 주나요.

애플이 단가후려치면 안팔면 되요.

기업도 손익분기점은 따져야죠.

다만, 삼성이 반도체나 LCD 라인이 타 업체에 비교도 안되게 대규모라

물량 때문에 단가가 싸서 애플이랑 거래 잘 하고 있는거예요.


장황한데, 결론을 말하자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지배하는 휴대폰 시장의 주류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판매물량 및 수익을 이전 수준으로 지속시키자면 스마트폰으로 이동해야하는데,

블랙베리나 뭐 이런건 영향력이 미미해서 신경도 안쓰다가

아이폰이란 돌풍이 나타나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주니까 베끼기 시작 한거죠.

그나마도 자체 기술로 여의치 않아서 바다OS 양산하기에 뭐 같아서 죽쓰는데 

구글이 안드로이드 만들어주니 정말 감사합니다가 된거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수원 디지털시티의 두번째로 큰 건물인 R3를 통째로 혼자 쓰고

가장 큰 건물인 R4의 20~30% 사용하고, 그 외 자잘한 건물들에도 무선사업부 및 유관부서들이 있죠.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부 나머지 전체보다도 큰 무선사업부를 호황이었던 피쳐폰 때와 같이 유지하려면

열심히 베껴서 열심히 판다 그 뿐인거예요.

애플 견제하고 압박하고 그럴 주제도 안되고 여력도 없어요.



2. 애플은 삼성을 견제할 이유가 있는가?


애플은 삼성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애플에게 문제는 구글이죠.

삼성이 구글과 손잡고 시장을 넓히는 거에 관심 없어요.

구글 플랫폼 전체가 시장에 얼마나 퍼지느냐가 진짜 중요한거죠.

애플의 삼성 견제는 구글에 대한 간접 견제일 뿐이예요.

물량 가장 많이 찍으면서 SW로 가장 빈약하고

베끼기 전문인게 너무 티나는게 삼성인지라 압박하기 쉬운거죠.


국내 언론만 쉬쉬하지 갤럭시고 뭐고 삼성폰 북미/유럽에 완전 저가 뿌리는가 공공연한 사실이잖아요?

저가 시장에 구글 플랫폼이 너무 맘놓고 설치면서 퍼지면 안된다는게 애플 생각이예요.

그랬다간 그 옛날 맥과 IBM PC의 악몽이 재현될 테니까요.

비슷해보이지 않아요?

HW/SW 일체형인 고가의 럭셔리 애플 맥 & 아이폰

DOS/Windows 탑재한 IBM PC 연합 & 안드로이드 탑재한 삼성, HTC, LG 등등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구석구석에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안드로이드가 너무 심하게 설치면 안된다는 겁니다.



3. 삼성의 소프트웨어 강화 지시는 애플에게 패배할 것이 뻔한 자충수인가?


지시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삼성의 DNA가 SW 인력을 다루기에 문제가 많다는 거죠.

매우 양질의 SW 인력은 좀 더 예술가 타입에 가깝습니다.

자유롭고 상상하고 내킬 때는 스스로 몇 날 밤을 새서 일하다가도

머리가 꽉막히면 손 쫙 놔버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얼마나 짧고 정돈되고 아름답게 짜느냐에 감동받고

최신기술 기웃거리기 좋아하고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 방어적이고 개인주의적이고

이런 까다로운 사람을 관리의 삼성이 반길리가 없죠.


저는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신제품 기획 프로젝트에서

참석 임원 만장일치(9명)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팀프로젝트 였고 제 기여가 매우 컸습니다.)

그런데 부서 배치 후 저의 메인 업무는 협력업체 관리였습니다.

부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였습니다.

결과물은 당연히 소프트웨어 였죠.

사실 수억의 돈을 들여 수개월간 작업한 결과물 치고는 좀 심하다 싶어

2개월간 야근하고 주말에 집에서 일하며 비밀리에 기존 제품의 카피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품질은 훨씬 업그레이드 됐죠.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냐? 뻥 아니냐 하시면...

그 물건이 원본의 90%가 오픈소스 였기에... 그래서 돈 아까웠던거죠.

차라리 오픈소스그룹에 기부를 하고 말지...

참고로 전 신입이지만 소프트웨서 회사 경력 3년에 

졸업 때까지 1년반 동안 학생 신분으로 삼성전자의 일을 했습니다.)

소파트 회의에서 윗분에게 자랑스럽게 깜짝 발표를 한 후 돌아온 말은

"껍데기는 아무나 만들어, 그 기업의 10년 노하우가 중요한거야." 였습니다.

삼성전자의 10억 예산을 아껴줄 소프트웨어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구글TV가 언론에 처음 발표되었던 날 윗분께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사원은 아무 생각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해. 

임원과 윗분들은 그런 정보 챙기는 전담 부서에서 훨씬 양질의 액기스만 뽑아서 올려 바치니까

네 선에서 그런거 생각하지마. 위에서 알아서 하실테니까."

이 외에도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렇게 그렇게 보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 옆 파트의 정말 튀어난 개발자 선임이 제 빈자리를 매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옛 윗분께 연락 드렸습니다.

저: "뛰어난 실력자 영입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제 퇴사가 오히려 복이 됐네요."

윗분: "별로 뛰어나지 않아. 개발은 잘하는데, 코드만 짜는 사람은 3류야. 나처럼 기획을 잘해야지."

자뻑은 둘째치고 개발에 뛰어난 개발자가 기획을 못한다고 3류라니요.

그럼 기획이나 마케팅을 해야지 왜 개발그룹에서 개발자를 하나요.


제 경험담을 보면 아시겠나요?

개발의 중추를 맡고있는 실무자가 개발에 대해 이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고,

아무도 문제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지시한다고 좋아질까요?

결국 노키아 꼴 나겠죠.


하지만, 지시만큼은 훌륭한 겁니다. 흠흠



4. 삼성은 애플과 비교하여 패배자인가?


패배자는 아니지만, 바게닝 파워 말씀하시면서 언급한 부분은 완전히 국내 언론에 놀아나신거네요.

연휴에 반도체 부문의 친한 형과 차를 마셨습니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공정 기술력은 세계 5~6위 수준이며,

현재 거래선을 트고있는 TSMC(?)가 진짜 1위라고 하네요.

삼성의 강점은 생산라인이 크고 반도체를 덤핑으로 끼워팔기를 해주기 때문에

애플의 막대한 물량을 받아내면서 프로세서+메모리 세트 가격이 가장 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애플이 빠져나가면 수익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에

윗분들이 애플 꼬시느라 똥줄 탄다네요.

애플 빠져나가서 수익 악화되면 임원들 LCD처럼 목숨줄 뎅겅뎅겅 되는 건 시간 문제겠죠?



5. 결론


삼성은 애플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애플도 삼성을 하청으로 쓸 생각이 없습니다.


현재 삼성은 애플이 기존 마켓 트렌드를 계속 파괴하면서 새로운 마켓을 형성하는데

그걸 미리 읽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드로이라도 있어서 기존의 패스트 팔로워 기질을 십분 발휘하여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기존에는 패스프 팔로워 전략으로 지역과 소비자에 따라 맞춤 제품을 제공해서

기존 선두 업체들을 죄다 뭉갰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어서 따라가는것 자체가 안드로이드가 없으면 안된다는거죠.

삼성은 기존 시장 점유율 잃지 않기 위해 따라가기만도 힘들어요.


애플이 삼성을 견제하는 것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막아야 하는데,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저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탑제 제품을 막아야 하겠는데,

삼성이 물량도 제일 많고 애플 제품도 똑같이 따라해주고 

딴지 걸곳도 많고 효과도 확실하니까 삼성 멱살을 잡은거 뿐입니다.


삼성과 애플을 나이키와 루이비똥에 비교한건 비약이 심하신데요.

삼성과 애플은 지금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 중이고,

곧 스마트 TV까지 불똥이 번질겁니다.

참고로 삼성전자 완제품의 최대 캐시카우는 휴대폰과 TV 입니다.

나이키는 스포츠웨어 회사고 루이비똥은 패션브랜드죠.

시장과 타겟 고객층이 전혀 달라요.


아고라 원문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598812&RIGHT_DEBATE=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