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벤처에서의 소고] 맨먼스(Man/Month) 계산은 왜 중요한가?

우리는 시스템이라 불리는 매우 고도화 된 관리체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대기업일수록 복잡하고 세세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초중고, 4년제 대학, 대기업을 거치기까지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시스템의 본질을
벤처를 경험하며 하나씩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에 내 생각들을 적는다.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누군가의 고용인으로 50을 넘기기 힘든 지금 시대에
후일 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하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하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맨먼스라 부르는 것은

업무에 대한 인력과 기간 할당을 위한 계산이다.

프로젝트 규모에 대한 맨먼스를 계산하고

그를 기반으로 투입 인력의 규모와 프로젝트 기간을 산정한다.


내가 삼성전자에 몸담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맨먼스 계산의 목적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업무시간 조절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이 계산의 정확도를 높임으로써

개발자들이 업무 시간에만 일에 집중하게 하고

정시퇴근 주말휴식을 도모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IT벤처에 있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서구의 고부가가치를 실현하는 IT 회사들은 

프로젝트 기획에 매우 신중하고 정확하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그들의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에 매우 근접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과 구글의 경우에서 우리는 전혀 반대의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생전에 

매킨토시 개발자들이 주 90시간 근무하는 것에 대해 자랑하고는 했다.

구글은 노트북과 개발자 주택의 인터넷 회선 비용까지 지원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장려하고

구글 개발자들은 그에 비례하여 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 매우 심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집에서도 열심히 개발을 한다고...

그렇다면 그들에게 개발이란 

우리나라의 무질서하고 무계획한 척박한 프로젝트 진행 환경과 다름이 없을까?


내가 온전하게 하나의 시스템을 책임지게 되고

경영과 영업의 의견에 대해 맨먼스 문제로 계속 이견과 충돌을 겪으며 느낀건

원칙과는 달리 정확한 맨먼스 계산의 진짜 의미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원래 순수 개발자라는 종족은 정말 자기 만족 안에서 산다.

다른 직종과 달리 

업무시간 외에 외국어를 공부한다거나 여가를 즐기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피조물이 정말로 아름답게 잘 동작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자발적 추가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


맨먼스의 정확한 수립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심신이 피로하면 딱 할만큼만 억지로 일하고 만다.

아무리 그 계획에 허점이 많고 문제점을 많이 발견해도 모른척 한다.

이런면에서는 개발자가 아무리 자기만족에 광적이라 해도 똑같은 사람이다.


정확한 프로젝트 계획에 의거하여

개발자가 기본 기능 개발에 대해 

법정 근로시간 만큼만 할애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면,

그들은 퇴근 시간 뒤에 그것들은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만들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소소하면서도 감동적인 편의사항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우수한 제품으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 개발자가 초과시간과 주말까지 할애해야만 제품개발이 가능하다면

그들은 기획자, 마케터, 영업사원들이 요구하는 딱 그만큼 이외에는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시나리오에 아무리 빈틈이 많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예상하는 상황을 벗어났을 때 아무리 큰 재앙이 예상되더라도

그들은 스펙을 맞추고 자러가겠다는 일념 밖에는 없을 것이다.


개발자에게 더욱 더 일을 시키고 싶다면,

그들이 정확히 법정 근무시간에만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예술혼을 깨울 것이고,

초과시간에 더욱 견고하고 편리하고 감동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개발자에게 일을 더 시키기 위한 조삼모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시장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개발자를 공장 노동자가 아닌 예술가로 변모 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여유시간을 확보해 주면 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